마치 우물 같았다. 우물은 말라서 버석거릴 때도 그득히 차오를 때도 있었다. 한참을 들여다봐도 끝을 가늠하기 어려운, 깊은 우물이었다. 물에 비친 내 모습만 보였다. 실은 우물이 아니라 바다였는지도 모르겠다. 고요한가 하면 파도처럼 출렁이기도 했으니까. 어쩌면 그건 나 자신이었다.
누군지도 모르고 그 피아노와 목소리에 빠지고 말았다. 오래전 일이다. 좋아하는 목소린 많지만 예나 지금이나 내겐 니나 시몬이 맨 앞에 그리고 가장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가난한 집안에서 흑인 여자로 태어나지 않았다면, 유니스 웨이먼으로 계속 살아갔다면 니나 시몬은 존재했을까. 클래식 피아니스트가 되었거나 다른 삶을 살았을지 모른다. 명성을 얻고 부유해졌지만 이후 녹록지 않았던 삶까지, 니나 시몬을 들을 때면 생각 없이 빠져들다가도 가끔 상념에 잠긴다. 시대와 상황은 다르지만 니나 시몬의 음악에 깊이 공감한다. 한편으론 공감 이상이기도 하다.
nina simone - black is the color of my true love's hair (live, 1969)
에밀 라티머와 함께 한 버전. 이 노래를 처음 들은 건 <와일드 이즈 더 윈드> 앨범에서였다. 무심하지만 충만하다. 나를 포함해 피상적이고 얄팍한 것들에 진저리날 때 니나 시몬을 들으면 숨이 트이는 것 같다.
nina simone - i put a spell on you
동명 앨범 수록곡인 '아이 풋 어 스펠 온 유'. 90년대에 처음으로 산 니나 시몬의 앨범들 가운데 하나였다. 많은 가수가 부른 노래. 스크리밍 제이 호킨스의 원곡 역시 좋아한다. <천국보다 낯선>은 황량하다 못해 썰렁한 영상과 '아이 풋 어 스펠 온 유'로 기억된다. 영화 속에서 여자는 줄곧 노랠 틀어대는데 남자는 싫어했다. 어쨌든 '아이 풋 어 스펠 온 유'는 내내 흘러나왔고 그래서 난 좋았다. 스크리밍 제이 호킨스의 목소리가 울릴 때면 흑백필름이 천연색으로 물드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날 사로잡은 건 니나 시몬이었다.


덧글
역시 한곡만 들어도 소위 말하는 '클래스'가 느껴지더군요.
셜록은 초반엔 재밌게 봤는데 지금은...